물증도 없이 단순 추측과 정황 증거만 갖고 온 녀석이 나불나불 쫑알쫑알 말이 많다.
그런 것과는 별개로 「계시 판결 장치」에 두 번째 불이 들어왔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 느비예트를 일단 만류한다. 그 '다음 단계'라는 것은 분명 판결이겠지.
리니가 범행 계획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 근거는?
리니의 진술
(당시 리니가 지하 통로에 없었던 덕에 범인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을 거야)
지하 통로에서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마술 공연 중 들려온 이상한 소리
(그 소리는... 범인과 실종된 할시가 몸싸움할 때 난 건지도 몰라)
현재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은?
사망자의 신원 정보
(사망자는 코웰, 리니의 조수야. 그러면 소품에 손을 쓸 수 있었겠지...)
실종된 할시는 어디로 갔는가
깨진 꽃병
(꽃병은 어쩌다 깨진 게 아냐. 중요한 범행 증거인 「물」을 숨기기 위한 거였어!)
... 응? 물이 범행 증거라고?
솔직히 말해서, 이 부분부터 여행자의 사고방식을 따라가는 것을 포기했다.
왜 할시가 물이 되었다는 것이 전제가 되는데?
물론 할시를 통째로 녹여버렸다면 말이야 되긴 하겠지만,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이 녹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게 다 영화와 같은 매체에서 강산성 용액의 효과를 너무 과장되게 표현해서 그렇다.
물론 강산성 용액에 노출될 경우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시체가 녹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초강산을 쓴다고 해도 시체가 영화에서처럼 녹아내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람을 녹일 것이라면 강산보다는 강염기를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염기가 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계속 녹여나가며 뼈까지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강염기가 뼈까지 녹여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
게다가 이러한 강산이나 강염기는 보관이 까다롭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마술 도구 사이에 숨겨둘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 터무니없는 소리를 먼저 한 게 누군데, 이 망할 메스가키 중2병아.
현재 코웰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코웰의 소지품을 검사해 보면 당시 지하 통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나올지도 모른다.
마술 트릭은 일종의 눈속임이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맨 처음 리넷이 뚜껑이 잠긴 수조 안에서 물거품이 되어 옷만 남긴 채 탈출하는 것이 기적에 가까워 보였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조에서 물 한 방울 쏟지 않은 채 잠긴 수조에서 그 짧은 시간 안에 탈출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였거든.
게다가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리니 마술단의 일원이었음을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우리가 모르는 마술 트릭을 쓴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는가?
푸리나의 삿대질이 묘하게 눈에 거슬린다. 확 마 저걸.
사망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세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코웰을 다시 한번 조사해 본다면 무언가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어차피 지금은 양측 모두 주장하는 논리에 구멍이 뚫려있지 않은가?
코웰을 조사하면 뭔가가 나올 것이라는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 쫄리면 뒈지시던지.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느비예트가 여행자의 요청을 수락한다.
재판장에서 다리를 꼬고 있다니, 보면 볼수록 놀라움이 배가 되는 사람이다.
코웰의 소지품에서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이라는 액체가 담겨있는 시험관이 여럿 발견되었다고 한다.
같이 발견된 노트에는 코웰이 금지된 약물을 판매하는 조직의 일원이었으며, 공범이 존재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분명 코웰이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 것 같은데... 설마 그 조직에서 리니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사건을 뒤집어씌우려고 코웰을 잠입시킨 것일까?
코웰의 노트에 따르면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은 폰타인 사람만을 녹일 수 있는 액체라고 한다.
또한 리니의 공연일과 '에피클레스 오페라 하우스'라고 적힌 빈 시험관도 발견되었다.
즉, 정말로 할시가 코웰의 「원시 모태 바다의 물」에 의해 녹아내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게 뭔... C급 영화에도 이런 설정은 안 나오겠다!
사람이 물에 녹아내릴 수 있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그 예언을 떠올리는 관객들.
나비아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황급히 어디론가 사라진다.
코웰의 노트 내용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할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코웰의 노트를 증거로 채택한다.
드디어 리니가 결백하다는 주장에 제대로 된 증거가 달라붙었다.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이라는 액체의 존재를 생각해 볼 때, 어쩌면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던 증거 역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시 모태 바다의 물」
경비대원이 코웰의 소지품에서 찾은 액체. 폰타인 사람을 용해시켜 물로 만들 수 있는 듯하다...
현재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은?
사망자의 신원 정보
(사망자는 코웰, 리니의 조수야. 그러면 소품에 손을 쓸 수 있었겠지...)
범인은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용해가 발생할 시간을 조작했는가?
바닥에 떨어진 갈고리 끈
(지금 보니 그 갈고리는 다른 마술에 사용되는 소품이 아니라, 뭔가의 방아쇠였던 것 같아)
범인은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할시를 용해시켰는가?
「원시 모태 바다의 물」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은 할시가 마술 상자 안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준비돼 있었을 거야)
범인은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범행 수법을 은폐하였는가?
관객석 마술 상자의 구조
(마술 상자 내부에 다른 뭔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관객석 쪽 마술 상자 안에는 풍선이 있었는데... 혹시...?
너 아까 탐정 그만둔다고 했지 않았었냐?
코웰은 수조의 밧줄과 추첨기에 손을 써서 이번 계획의 대상을 정했을 거야.
할시가 있던 마술 상자가 내려갈 때 갈고리가 천천히 돌아오면서 상자 위쪽에 있는 풍선을 터트렸을 테고, 그러면서 풍선 안에 들어있던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이 아래로 쏟아져 할시를 용해시켰던 거지.
그런 다음 코웰은 지하 통로로 가서 꽃병을 깨트리고 물이 꽃병에서 흘러나온 것처럼 꾸몄어. 나머지 증거는 무대 위의 수조로 덮어버리려고 했고.
하지만 지하 통로에서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한 코웰은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사용하려던 수조에서 죽고 만 거지.
페이몬의 당시 상황에 대한 추측을 듣고 많은 관객들이 납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시 판결 장치」의 저울이 이제야 수평을 찾았다.
푸리나 역시 페이몬의 그럴듯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운 것인가 생각하며 창피해하고 있다.
아, 푸리나의 저 자신만만한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다.
다만 페이몬의 이야기에도 아직 남은 구멍이 있다. 대체 코웰이 어쩌다가 지하 통로에서 제대로 탈출하지 못하고 마술 상자 안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냐이다.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는 연락이 도착했다.
리니의 소지품에서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을 발견했다는 경비대원.
아니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상황이지? 기껏 일이 잘 풀려나가나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