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새 또 기고만장해져서 우쭐대는 푸리나.
제발. 한 대면 돼. 부탁한다, 제발 한 대만 때리게 해 줘!
아 또 무슨 헛짓거리를 하려고... 그만해, 이것아!
애초부터 소녀를 용해시키는 일에 동참할 필요가 없었던 리니는 지하 통로로 들어간 다음 환풍구를 통해 빠져나갔어.
그때 공범인 코웰은 마술 소품에 손을 써서 「원시 모태 바다의 물」로 이미 할시를 녹여 없앤 상태였지.
하지만 되돌아온 리니는 공로를 독차지하고픈 탐심이 생겼고... 파트너를 제거하려고 했어.
결국 리니는 코웰을 기절시켰고, 흔적을 숨기기 위한 수단이었던 수조는 범행 도구로 변모한 거야.
이렇게 잔혹하고 노골적인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지만, 우인단은 참 잔인무도한 조직인 것 같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즉석에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푸리나의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리니에게서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이 발견된 이상, 리니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졌다.
사건 관계자의 소지품을 검사해 달라고 한 것은 여행자였으니, 마땅히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계시 판결 장치」 역시 푸리나 쪽을 크게 기울었으며, 또 다른 점이 하나 더 찍혔다.
푸리나가 느비예트에게 판결을 촉구하려는 찰나, 아까 어디론가 사라졌었던 나비아가 다시 되돌아와 잠깐 재판을 멈추어달라고 한다.
응? 사라져 버린 소녀를 다시 나타나게 할 마술이라고? 그게 가능한 거야?
하지만 녹아버린 사람을 어떻게 리니가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단 말인가?
마술사는 남을 현혹하는 게 특기 아니야? 모두가 허상을 진실이라 믿는다면, 마술이 진정한 진상을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
나비아의 말은 모두가 뭔가를 단단히 잘못 알고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어디서 뭘 놓친 거지?
무대 위에 아까 관객석 중앙 통로에 설치되어 있던 마술 상자가 설치되었다.
저 무거워 보이는 상자를 실버와 마르시악 단 둘이 옮겼다고? 둘 모두 힘이 대단하네...
나비아의 말에 리니와 리넷이 「마술」을 펼쳐 보인다.
상자에서 나온 것은 아까 녹아내렸다고 생각되던 할시였다.
아니 왜 네가 거기서 나와요?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왜 할시의 이름이 ???로 표기되는 것이지? 설마 이 사람은 진짜 할시가 아니란 건가? 나비아가 대역을 데려온 건 아닐 텐데... NPC 얼굴이 다 거기서 거기라서 저 사람이 진짜 할시인지 대역인지 정말 모르겠다.
이 사람은 생각이 너무 멀리 갔다.
이게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으면 코웰이 죽은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나비아가 얌전히 법정에 출석하면 형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해서 이곳에 온 할시(?).
이 재판이 자신에 대한 재판인 줄로 알고 두려워하며 문 밖에 숨어 몰래 재판 내용을 엿듣고 있다가 나비아에게 붙잡혔다고 한다.
코웰을 죽인 건 바로 자신이라고 고백하는 할시(?).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줄곧 리니가 코웰을 죽였다고 주장하던 푸리나는 당연히 화들짝 놀란다.
자신은 폰타인의 할시가 아니라, 몬드의 릴리앤이라고 밝힌다.
밥 먹듯 남의 물건을 훔치는데도 지금껏 단 한 번도 잡힌 적이 없던 릴리앤은 리니의 공연이 굉장하다는 이야길 듣고 표를 사려했으나, 사지 못해 진짜 할시의 표를 훔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이 폰타인 바다 이슬 항구에서 여행자와 리니가 놓쳤던 그 소매치기라고.
그렇게 잘 넘어가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코웰이 조작한 추첨기가 할시, 그러니까 릴리앤을 가리켰다고 한다.
리니가 마술 도중 '마술이 중단되면 「메로피드 요새」로 보내질지도 모른다'라고 말하자, 리니가 자신을 알아보고 잡으려는 줄 알고 탈출을 계획한 릴리앤.
마술 상자 안에서 뜬금없이 「원시 모태 바다의 물」을 뒤집어썼지만, 릴리앤은 폰타인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녹아내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아직 녹지 않은 릴리앤을 발견한 코웰이 릴리앤을 붙잡으려 했지만 되려 릴리앤에게 기절당한 후, 마술 상자 안에 쑤셔 넣어졌다. 이후 코웰은 위에서 떨어진 수조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릴리앤은 옷을 갈아입고 공연 의상을 두는 상자 안에 숨어있었다고 한다.
아까 지하 통로를 조사할 때 상자 안에 마술 도구와 공연 의상이 마구잡이로 뒤섞여있다고 나왔었는데, 그게 복선이었던 셈이다. 아니 근데 그 상자, 아무리 봐도 끈으로 잘 묶여 있었는데?
이후 릴리앤은 첫 번째 경비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몰래 빠져나와 오페라 하우스 안에 숨었다고 한다.
잘 숨으면 되긴 하더라.
하지만 맹세코 코웰을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말하는 릴리앤.
단순 폭행과 살인은 그 죄가 큰 차이가 나니까...
딱 대. 푸리나 넌 이제 죽었다. 쪽팔려 죽을 준비는 다 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