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긴 일지를 발견했다.
일지의 주인은 천재 소년 ― 이름이 알랭인 것 같다 ―의 조수로, 평소 몸이 허약한 것으로 보인다.
알랭에게는 여동생 ― 이름이 안인 것 같다 ―이 있고, 르네, 야코브와는 모두 수선화 십자원 출신이다. 일지의 주인 역시 수선화 십자원 출신이고.
알랭과 르네는 서로 말이 잘 통하는 천재인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역시 범상치 않은 재능의 소유자 같다.
이 일지는 알랭이 쓴 것으로 보이는데, 첫 번째 일지의 주인을 대놓고 '못 미덥다'라고 말한다. 너무한걸.
아무래도 이곳에서 연구를 하다가 운동학 실험을 위해 다른 실험실로 이전한 것 같다.
그럼 다른 곳에서 알랭과 조수의 일지를 발견할 수도 있겠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학회로 보인다. 폰타인을 전복시키려 했던 비밀 결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지식을 장악한 것은 강한 힘을 장악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막강한 힘을 장악한 사람에게 남은 길은 단 하나뿐입니다.
이건 좀 억지 같은데. 물론 많은 지식을 알고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힘이 맞다. 하지만 그게 꼭 국가 전복으로 흘러간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곳곳에 수메르 물건이 놓여있는 것 역시 그들의 막대한 재력으로 수메르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버질.
뭐... 돈만 많다면야.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돈이 부족한 것입니다'.
갑자기 '그럼 보물도 많이 찾으셨겠네요?'라고 묻는 버질.
이거 말하는 것이 아무리 봐도 여행자를 죽인 후 여행자가 갖고 있던 보물을 훔치려는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혹시 모르니까 '그냥 여행 경비를 충당할 정도는 돼요'라고 답한다.
폰타인은 이미 과거에 수위가 높아졌던 적이 있었고, 폰타인 과학원의 예측 역시 폰타인의 수위가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갑자기 마신 임무에서 들었던 그 예언이 떠오르는데.
미래를 보기 전에 난 먼저 죽고 없을 테니, 미래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부모 형제를 추모하는 건 그들이 내게 베푼 은혜와 나의 혈족이라는 것 때문이다.
극단적인 개인주의라고 해야 하나, 이걸?
게다가 갑자기 여기서 급발진을 하는 것을 보면, 주변 사람들과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흩어져 문을 열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여기가 「자연철학 학원」이라며, 허탕을 친 것 같다는 버질. 그러니까 여기가 「십자 은방울꽃 학회」가 아니란 거지?
버질이 처리하려는 '소니 일당'이 누구인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적어두자.
아깐 저런 게 없었던 것 같은데.
보라색 우시아 에너지 덩어리와 노란색 프뉴마 에너지 덩어리가 보인다.
프뉴마 에너지 덩어리를 보라색 장치에 던지면 장치의 잠금이 해제된다.
그걸 한번 더 하면 이렇게 잠금장치를 열 수 있다.
말이 헛나와 학원이라고 말했다는 버질. 아까 버질의 혼잣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런가?'라고 넘어갔을 뻔했다.
다른 악당들 역시 십자 은방울꽃 학회의 보물을 노리고 있고, 버질이 그들과의 협력을 거절하자 버질을 노리고 있다고 말하는데... 거짓말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사이비가 포교할 때 '주변에 연락을 자주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라던가 '연락이 갑자기 끊기면 당신을 찾을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감금세뇌할 대상을 물색하는 장면 아닌가.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여행자가 아무에게도 이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여행자를 '안전하게' 처리할 요량으로 물어본 것이겠지만.
글쎄. 두고 보면 알겠지.
아까는 물먹은 물건도 나름 가치가 있다고 하더니, 이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물먹은 물건도 모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그냥 보물을 모으는 척하려고 한 것 아닐까?
상황이 바뀌었다니, 길 가던 개도 안 믿을 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