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는 돌은 생긴 것이 돌처럼 생긴 게 아니라 무슨 생체조직처럼 생겼다. 길게 늘어진 근육의 섬유질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의 생체조직 말이다.
이게 어딜 봐서 그냥 돌이야.
이 도전은 분명 타임어택 도전일 텐데, 과연 도전 도중 NPC 대사가 나올까?
저번에 '여름! 낙원? 대비경!' 이벤트를 할 때에는 도전 도중 NPC 대사가 나와서 도전 진행하랴 NPC 대사 찍으랴 아주 정신이 없었는데.
다행히도 아니었다.
하지만 물 밖으로 나오자, 처음 보는 기계 장치가 날 반겨준다.
보통 저렇게 자동 장치가 무언가를 지키고 있다면, 그 너머에 있는 것은 대개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정말로 보물이거나, 이 세상 밖으로 풀려서는 안 될 무언가이거나. 그런데 보통 후자더라고.
어이쿠, 또 국뽕인가.
잔뜩 흥분해서 말하다가 자신이 법률 집행청에게 붙잡힐만한 짓을 했다는 것까지 말해버린 버질.
그러니까 버질은 나쁜 짓을 하다가 법률 집행청에게 붙잡힌 범죄자라는 것이다.
버질이 배신할 것이라는 내 의심이 한층 더 강해졌다.
인간을 고용하는 비용은 태엽 장치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저 말은 절대 좋은 말이 아닐 텐데...
내가 알기로 저 말은 '사람을 싸게 고용해서 실컷 부려먹다가 아프거나 다치게 되면 즉시 해고한 후, 새로운 사람을 고용한다'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 그래도 기계 장치를 유지보수해 가며 쓰는 것보다는 싸니까.
버질은 자신이 하는 말의 진의를 알고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멋져 보이니까 가져다 말하는 것일까?
"그 누구도 노동 권리를 박탈하지 못한다"는 그냥 보기 좋게 갖다 붙이는 말이고.
처음 페이몬의 기계 흉내를 들었을 때 피식하고 웃었는데.
버질 말대로 사람과 기계는 서로 확실히 다르지만, 휴식 없이 일만 시키면 망가져버린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어떤 전시회에서 한 회사가 끊임없이 상하차를 하는 이족 보행 로봇을 전시했는데, 그 로봇이 휴식 없이 상하차를 하다가 다리 관절이 망가져 제자리에 힘없이 철퍼덕 주저앉아버리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꽤 인상 깊은 영상이었지.
보면 볼수록 이상한 사람이다.
폰타인의 미래에 대해서는 '내 알 바가 아니다'라고 차갑게 무시하면서, 정작 폰타인에 대한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이걸 국뽕이라고 봐야 할지, 국까라고 봐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페이몬이 "그런 말도 있구나!"라고 말한 덕에 버질이 더 이상 국뽕 대사를 내뱉을 수 없게 되었다.
상대가 자신의 말에 수긍했는데 거기서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잘했어, 페이몬.
아무튼 앞으로 계속 전진하자.
보면 볼수록 이쁜 곳이다.
이 의자에 앉을 수 있었네. ㅋㅋㅋㅋ
이 일지는 다른 연구원이 쓴 것으로 보인다.
기요틴이라는 천재 소년을 보며 '천재 소년도 실패할 기회를 한 번 잡아야 할 텐데'라며 시샘하지만 그 주변에 모인 다른 천재들을 보며 자신의 평범함과 한계를 깨닫고, 우연히 발생한 계기를 통해 학원을 그만둔 것 같다.
다만 기요틴을 시샘하기만 했을 뿐, 어떤 행동을 한 것은 아니며 그와 공동으로 만든 기계 역시 '이 기계는 내가 아니라 기요틴이 만든 것이다'라며 특허 신청을 거절한 것을 볼 때, 성격이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천재를 시샘한 일반인 정도였다고 봐야겠지.
기요틴 하니까 생각난 것인데, 분명 태엽 기계를 발명한 사람 이름이 '알랭 기요틴'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까 발견한 일지에서 등장한 '알랭'도, 이 일지에 등장하는 '기요틴'도 모두 '알랭 기요틴'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데, 선령이 위로 올라간다. 뭐지, 벽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것인가?
별생각 없이 아래로 떨어졌는데 스위치 하나만 달랑 있는 막다른 길이었다.
스위치를 누르자 수위가 올라가 엘리베이터처럼 작동하는데, 그러면 아까 떨어진 곳도 물에 잠길 것이 아닌가?
다행스럽게도 아까 떨어진 곳에 투명한 벽이 생겨서 벽너머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아주었다.
선령과의 숨바꼭질은 계속된다.
중간에 태엽 장치도 한번 더 만나주고.
기껏 뭍으로 올라왔나 싶더니 또다시 물속으로 잠수하기도 한다.
그러더니 도착한 곳은 유적 가디언 바로 앞.
뭐지, 선령이 우리를 암살하려고 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이 학원 안에 비밀 결사가 있었던 듯하다.
뭐야, 그러면 여기가 「십자 은방울꽃 학회」라는 말 아냐? 「자연철학 학원」 내에 「십자 은방울꽃 학회」가 있었던 거지.
이번엔 파멸의 유적 가디언이 있다.
아까는 유적 가디언이었으니, 이제는 파멸의 유적 가디언을 잡아보라는 걸까?
여기에 보물이 있을 거라고 하는데, 정작 아무것도 없다.
여기에 보물이 없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 버질이 이걸 어떻게 수습하려 하나 보려 했는데...
버질, 너 정말 말 못 하는구나. 설득력이 전혀 없어.
어이쿠, 이젠 '날 의심하는 거야?'를 시전 해버린다.
당연히 의심하고 있지. 뭘 새삼스럽게.
이젠 '수억 모라' 이야길 하질 않나, 즉석에서 「십자 은방울꽃 성검」 이야기를 지어내질 않나...
야, 여태껏 「십자 은방울꽃 학회」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무슨 되지도 않는 성검이야...
그리고 '꾸물대다간 보물을 빼앗긴다'도 시전 한다.
흔한 장사 수법이다. 상품을 팔 때 '이 조건으로 이 물건을 살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와 같은 말을 덧붙여 듣는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어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힘들게 만드는 수법 아닌가.
버질에게 '나라면 하지 않을 일은 하지 마라'라고 조용히 경고하지만, 버질이 들을 것 같진 않다.
페이몬은 여전히 버질의 검은 속내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고.
페이몬 이 녀석, 수억 모라에 눈이 멀었다.
"와, 수억 모라..."라고 말한 후, 뭐라 더 말할 줄 알았는데 저게 전부더라.
좌측에는 유적 가디언이, 중앙에는 파멸의 유적 가디언이, 오른쪽에는 '미니 유적 헌터' 같은 것이 있다.
저게 다 한꺼번에 활성화되어서 덤비진 않겠지?
아, 미래가 보인다, 보여.
여행자가 안에 있을 때 문을 닫을 생각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