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화가 뭔 뜻인가 했는데, 白熱化라고 한다. '어떤 상황이 매우 열띤 상태로 되어 가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의외의 곳에서 또 다른 단어를 배워간다.
예전과는 다르게 게시판의 평가가 열성적인 호평으로 가득 차있지 않은 것을 보고 누군가의 음해일 것이라고 대뜸 짚고 보는 아르본과 알베르.
그건 좀 아니지 않나? 못 만들었으면 평가가 나쁠 수도 있지. 세상에 호평만 잔뜩 받는 회사가 어디에 있다고.
사장이 대비책을 준비해 두어 다행이라는 아르본. 대체 그 대비책이 뭘까?
아니, 우리가 그 대비책이었어?
이틀 사이 아르본과 알베르는 「결투 대리인 프로젝트」 광고를 온 도시에 뿌렸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예약 구매도 시작했는데, 예약금의 절반 가격만 지불해도 장난감을 체험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가게 앞에 게시판을 설치해 자신의 평가를 남길 수도 있게 해 두었다.
처음에는 예상대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예약 구매를 한 사람은 얼마 없었다고 한다. 게시판에 붙은 호평 역시 얼마 되지 않고 전부 '성의 부족', '내용 빈약', '유행 지남' 등의 부정적인 평가만 가득했다고.
오히려 그게 정상 아닐까? 결투 대리인을 소재로 했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그 알맹이는 모험가인데 당연히 성의가 부족할 것이라고 느낄 것이고 내용도 빈약하다고 생각하겠지.
이건 또 무슨 신박한 헛소리지?
악의적인 비방!
새빨간 거짓말!
트집 잡기!
이럴 때엔 또 죽이 잘 맞아요, 아주 그냥...
자신들이 장난감을 못 만들었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안중에도 없구나.
사장은 르포트 시계점이 사람을 풀어 레쇼의 태엽 공방을 음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르포트 시계점 점장인 카론을 봤을 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아 보이던데.
역으로 르포트 시계점을 음해하려는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대체 뭘 어쩌란 걸까?
게다가 처음부터 르포트 시계점을 염탐하고 오라던 너희가 정정당당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난 의문이다.
그 녀석들이 진심과 핵심 내용을 털어놓게 해 주세요!
가면 갈수록 웃긴 녀석들일세. 처음엔 뭘 팔고 있는지 염탐해 오라고 하더니, 이젠 사업 기밀까지 훔쳐오라고 하네.
심지어 그걸 공평이라고 주장한다. 공평은 무슨 얼어 죽을.
우린 그걸 표절이라고 부르기로 사회적으로 약속했어요.
그러니까 카론이 장난감의 영감을 얻은 모험가의 이야기를 알아와 달라는 거네.
물론 나도 궁금하긴 하다만, 사업 아이디어가 담겼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알아와 달라는 인성은 대체...
썩 내키진 않지만, 카론이 모험가와 겪은 일이 궁금해 가보기로 했다.
카론에게 바로 가서 장난감에 얽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늦잠 자고 싶은데 마침 푹 잤다든지, 물건을 사고 싶은데 마침 돈이 충분하다든지 말이야.
마침이라는 단어의 예시가 범상치 않은데 ㅋㅋㅋㅋ
깊은 인상이라...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몬드를 떠나려던 카론은 샘물 마을 앞에서 한 모험가와 마주쳤다. 그 모험가는 음식 주문 의뢰를 망친 것 같았다.
아, 음식 주문 의뢰... 몬드에서 일일 임무를 하다 보면 종종 마주치는 의뢰이다.
그 모험가는 오는 도중에 마물을 여러 번 만나는 바람에 시간도 낭비하고 요리도 흘렸다고 했다. 마침 카론이 요리를 할 줄 알았기에 모험가를 도와 새로 요리를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요리 하나를 하는데 카론과 모험가는 엄청난 사고를 잇달아 겪어야만 했다.
불 피울 장작이 젖어버리거나, 냄비 바닥에 구멍이 뚫리거나, 접시에 음식을 담을 때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에 난장판이 되거나... 심지어 날아온 돌멩이 중 하나는 카론의 머리로 날아들었다고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껏 요리를 해서 배달을 했지만 요리에 돌멩이가 섞여 있어 손님이 요리를 먹다가 이가 깨져 손님에게 고소를 당했다고.
이 정도의 불운 스탯을 가진 몬드 모험가라면... 베넷밖에 없을 텐데?
진짜 베넷이었네 ㅋㅋㅋㅋ
베넷은 고맙다는 의미로 카론에게 몬드에서 인적이 드문 절경을 여기저기 데려다주었다고 한다.
카론은 베넷을 탐험 애호가인줄로 알았지만, 그 절경은 전부 베넷이 모험 중 발을 헛디뎌 떨어지거나 길을 잃다 찾게 된 곳이라는 이야길 들었다.
베넷이 정말 불합리하게 운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절경을 여럿 찾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카론이 베넷에게 불행 체질 때문에 힘들지 않냐고 묻자, 베넷은 이런 인상 깊은 대답을 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그 덕에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고, 이렇게 나만을 위한 풍경도 찾을 수 있었다.
평소 이런 초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다녔다니...
이 정도 이야기면 가서 전하기에 충분하니?
엣. 또 들킨 거야?
처음부터 이 이야기가 궁금했다면 저번에 물어봤을 테니, 이번에 이야기를 물으러 온 것은 형의 부탁 때문 아니겠냐고 말하는 카론.
정말 눈치가 빠르네.
배신? 카론이 배신?
카론과 리브르의 집안은 대대로 태엽 공예로 유명한 집안이라고 한다. 카론은 어릴 때부터 태엽 장난감을 만드는데 소질이 있었고, 리브르는 사업적인 감각이 뛰어났다.
장난감을 좋아하던 둘은 나중에 커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장난감 가게를 열자고 약속했지만, 누군가는 가업을 이어 이 시계점을 이어야 한다는 것을 나이가 들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리브르는 아버지와 크게 싸우고 독립해 '레쇼의 태엽 공방'을 열었고, 카론은 그대로 남아 '르포트 시계점'을 이어나갔다.
이게 뭔 배신이야.
카론은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었고, 더군다나 사업에 실패했을 때의 후폭풍이 두려웠다고 한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겠지.
하지만 리브르는 카론과는 성격이 좀 달랐던 듯하다.
이 두 형제는 정말 페이몬 말처럼 복잡한 형제관계를 갖고 있다.